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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O and YOUSO's twin home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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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SO  : 박형식X서강준
뜬금포로 드라마 훔쳐보다가 이 커플 꽂혔음.  _  Sunday - pm.1:28 - 140831
- YOUSO  : 카라디오에선 여자 아이돌의 상큼한 노래가 흘러 나왔다. 기뻐요, 기쁜데요, 기쁜데 말이예요, 저는 좋아해요, 좋아하고 있어요…태민은 새끼 손가락으로 귀를 후벼 팠다. 가루처럼 새끼 손톱에 묻어나온 귀지를 입깁으로 가볍게 한번 불었다. 그리곤 제 목을 움켜쥐고 있던 회색 셔츠의 단추를 하나 풀었다. 목을 좌우로 풀어주고는 제 눈을 가리는 백금발 머리카락을 고갯짓으로 넘겼다. 태민은 도톰한 제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씩 웃었다. 이걸 어쩌나. 난 이걸로 분이 안 풀려. 그는 구둣발로 제 발 아래에 있는 남자의 등을 비벼 눌렀다. 사지가 축 쳐진 남자는 신음을 흘렸다. 네놈이 했던 짓을 생각하면 분이 안 풀린다고, 새끼야! 태민의 언성이 높아졌고, 그대로 그 남자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남자가 한 바퀴 반을 뒹굴거렸다. 남자의 망가진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남자의 얼굴과 대조적으로 너무도 깔끔한 태민의 얼굴이 무표정하게 변했다. 그는 제 말끔한 수트핏을 다듬으며, 쓰러져 있는 남자를 경멸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는 걸 잊지 않았다.
남자의 망가진 얼굴을 꼭 빼닮았던 얼굴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제발, 그만, 제발, 이젠 그만,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어쩌면 그 얼굴이 말했을 그 말들이, 그 목소리가 태민의 안에서 울려 퍼졌다. 무엇을 잘못한지도, 무엇이 죄송한지도 모르면서 분명히 반복했을 그 말들이, 태민은 듣지 못했으나, 분명히 그 남자가 말했을 그 말들이 태민을 괴롭혔다. 태민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작고 여리기만 했던 손은 이제 온데간데 없었다. 난 네 손이 좋아. 작고 여리지만, 강하거든. 제 손을 만지작대며 다정하게 속삭여주었던 목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온화한 미소. 제대하면 우리 같이 살까? 그러면 집세도 덜고…쳇. 내가 먼저 말하려고 했는데, 이진기 선수치는 거 무지 잘해. 그러면 내가 또 선수 하나 칠까?
뭔데. 치치 마. 안 해. 할래. 하지 마아. 할 거야. 태민아, 나 있잖아.
우리는 엄마 아빠가 없잖아, 우리에겐 우리 뿐이잖아. 그러니까, 우리는 항상 함께여야해. 시골에 있던 보육원에서부터 함께였다. 유난히 작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해서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던 이태민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왔던 건 이진기 혼자였다. 이진기의 길게 찢어진 눈과 수줍은 미소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던 것도 이태민 하나였다. 이진기가 보육원에서 먼저 나와 서울로 상경했지만, 그래도 둘은 연락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태민이 이진기의 길을 따라나섰고, 다시 만났을 때 둘은 희망에 차있었다. '함께' 할 수 있다는 희망. 그 뜻이 비록 맨 처음에는 달랐더라도 그 '함께'가 같은 뜻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태민이 손을 내밀었고, 이진기가 그 손을 잡았고, 그 잡은 손을 이태민이 끌어 당겼으며, 그 둘의 마주본 시선에 따스한 바람이 불었던 건 꽤 짧은 시간이었다.
여자 아이돌의 노래는 다시 한 번 반복됐다. 여름 날이었어요, 설명은 필요 없었어요, 우리에겐, 우리에겐 설명이 필요 없어요…
남자가 꿈틀거리자, 태민은 재빠르게 다시 남자의 허리를 걷어찼다. 남자의 허벅지를 한 다리로 밟고 제 몸의 무게를 그 다리에 실었다. 태민은 제 무릎에 팔꿈치를 대고 그 손으로 턱을 괴었다. 남자를 내려다보며 태민이 말했다. 죽지 마. 넌 죽으면 안 돼. 넌 평생 반병신 불구처럼 살아야돼. 너 같은 새끼가 살아서 생지옥을 맛봐야지. 그 맛이 얼마나 지독한지 알아봐야지, 너도.
이진기의 촛점없던 눈동자, 혼자 중얼 거리던 말,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아니, 아니야. 이진기는 자주 발작처럼 그 말들을 중얼 거렸고, 평소에도 사지를 제대로 쓰지 못했으며 온 몸을 떨었다. 용변도 제대로 못가리기 일쑤였다. 가끔 정신이 돌아올 때면 이태민의 이름을 불러댔다. 형, 형 ,괜찮아? 형, 나야. 나 여기있어. 태민이 여깄어. 나야. 태민이 그렇게 진기의 어깨를 붙잡고 안아주고 하면 진기는 눈동자를 어디에 둘 지 모르고 흔들렸다가 고개를 숙였다가를 반복했다. 태민이 진기의 등을 토닥여주면 그제야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가 깨면 제정신을 또 잃었다. 맨몸엔 온갖 상처가 남아 있었다. 단 2년이었다. 군입대를 했고, 제대를 했다. 들어갈 땐 정신이 있던 사람이 나올 땐 정신이 없었다. 누가 그랬는지는 금방 알았다. 이진기가 헛소리를 할 때면 내뱉는 이름 중에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이진기를 편들어주는 높은 층은 없었다. 욕을 먹는 건 되려 이진기였다. 가해자의 얼굴만 봐도 부들부들 떨고 발악을 하던 이진기를 보고도, 피해자라고 해주지 않았다.
사랑해. 선수쳤다. 하하. 뭐야! 내가 더 사랑해! 내가 더 사랑한단 말야! 이진기 밉다! 음, 진짜 미워? 이진기의 풀죽은 얼굴에, 입을 맞췄던 기억이 있다. 그 보드라운 감촉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태민아, 저를 멀쩡하게 부르던 목소리도 기억하고 있었다.
태민아, 마지막으로 저를 부르던 그 목소리는 아직도 생생했다. 부드럽고 온화해서 정신을 잃었던 시절이 까마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 먹고 싶은 게 있어. 응? 뭐? 나,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네가 맨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우리가 배스킨라빈스에서 사먹었던 맛. 그 맛. 엄마는 외계인. 그거 먹고 싶어. 그거 가득 한 통 가득 먹고 싶어. 그렇게 말하는 이진기의 눈이 너무도 멀쩡해서, 그 가느다란 눈에 담긴 독기를 이태민은 보지 못했다. 이태민이 저의 다락방에서 너무도 먼 그 아이스크림 가게에 왕복 40분이 걸려서 다녀왔을 때, 이진기는 그 곳에 있지 않았다. 이진기는 그 덥디 더운 여름에 가을낙엽처럼 떨어져내렸다.
태민은 자세를 고쳐잡았다. 말끔한 수트차림과 고운 얼굴이 맞물려 마치 재벌가 도련님처럼 보이게 했다. 그러나 이진기를 한줌 재로 뿌리고 난 이후, 그의 손은 여러번 피로 물들었고, 꽤 잘나가는 조폭이 되어 있었다. 이진기가 간헐적으로 내뱉었고, 법정에서 보자마자 부들부들 떨었던 그 남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태민은 차근차근 독을 머금었다. 그 날, 사왔던 아이스크림은 다 녹아 검은 시궁창이 되어버렸다. 단내는 찌든내로 변했고, 이태민은 절대로 아이스크림은 입에 대지도 않았다. 여자 아이돌 노래는 또 다시 반복되었다. 태민은 남자를 가볍게 걷어 찬 뒤, 제가 타고 왔던 자동차에 탔다. 어두운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가며 태민은 노래를 껐다. 그리고 차문을 닫고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러다 그는 헛웃음을 쳤다.
지하주차장 출구는 유난히 환했다. 태민은 두 눈을 질끈감았다가 떴다. 주차장을 빠져나온 태민의 차는 금방 차도로 진입했다. 도로에는 차가 가득했다.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_  Wednesday - pm.2:14 - 140820
- YOUSO  : 태민의 백금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머리카락 뒤로 감추어졌던 반짝이는 두 눈이 잠깐 보였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했다. 형. 태민이 나지막하게 진기를 불렀다. 진기 형. 이진기 형. 형. 진기 형. 벤치에 등을 기대어 늘어지듯 앉아 있던 진기가 자세를 고쳐 앉더니, 제 앞에 똑바로 서 있는 태민을 바라보았다. 멋있어, 태민아. 너 참 잘 했어. 진기가 씩 웃어주었다. 그 때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태민의 미간에 주름이 깊게 잡혔다. 태민은 주먹을 꽉 쥐었다. 잘했어? 나 잘했어? 그렇게 되묻는 목소리가 흔들렸다. 뭘 잘했는데? 그리고 신경질이 더해졌다. 진기는 미소를 거두고 입을 꾹 다물었다.
초록빛 녹음이 징그러울 정도로 생생한 공원. 여름의 끝자락을 알리는 바람에도 아직 어젯밤 쏟아져 내렸던 비의 습기가 남아있었다. 하늘은 옅은 푸른색을 띄고 있었고 군데군데 하얀 뭉게구름이 남아 있었다. 진기는 두 손을 하늘을 향해 뻗었다. 그 손을 빠르게 태민이 붙잡았다. 마른 몸과 어울리지 않는 힘에, 진기는 그만 뿌리치는 것도 잊고 그저 멍하게 태민을 바라보았다.
내가 뭘 잘했어? 사람 죽인 게 잘한 거야? 태민의 언성이 높아졌다. '죽인 게'에서는 유난히 힘이 들어갔다. 태민이 씩씩 거렸다. 진기는 고갤 끄덕였다. 그래. 잘했어. 그거 잘했다고 칭찬 하는 거야. 아주 깔끔하게 죽였잖아. 네가 안 죽였으면 내가 죽였을 거야. 난 더 잔인하게 죽였을 거야. 죽이고 나서 그 시체까지 난도질 했을 거야. 너는 착해서 그냥 죽이고 그대로 도망쳐 나왔지만, 난 안 그래. 우리의 아버지로 살아왔던 그 시간만큼 더 찔렀을 거고, 시체를 밟아 줬을 거야. 쓰레기통에 버렸을 지도 몰라. 그 시체가 썩는 모습을 내내 지켜보면서 웃기도 할 거야. 난 그럴 거야. 그런데 태민이 넌 그냥 죽였잖아. 그냥 넌 날 패는 그 놈을 밀었을 뿐인데, 그 놈이 혼자 뒷걸음질치다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서… 그만. 그만해, 형. 형, 그만 해. 태민은 진기를 껴안았다. 진기의 검은 머리카락과 태민의 머리카락이 섞였다. 우리가 왜 이렇게 됐을까. 왜. 태민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내려 진기의 어깨에 무겁게 떨어졌다. 진기의 하얀 티셔츠에 태민의 눈물로 얼룩이 생겼다.
이제, 우리는 형제야. 진기가 그렇게 말하며 악수를 건네던 밤이 있었다. 태민은 그 손을 머뭇거리다가 잡았다. 그들의 손은 지금보다도 작았었다. 그 때는 진기의 옆에 그 남자가 있었고, 태민의 옆에도 다른 여자가 있었다. 돈을 가지고 나가버린 그 여자, 그리고 어젯밤 태민이 밀쳐내 죽어버린 남자, 제대로 된 세간살이도 없는 단칸방에 홀로 남아 있는 그 남자. 그 남자가 마지막으로 봤던 것은, 곰팡이꽃이 핀 회색 천장이었다.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반지하 방에 아름답게 핀 곰팡이 꽃. 그 남자의 눈을 내려다 본 것은 감정이 없는 진기의 눈이었고, 크게 흔들렸던 태민의 눈이었다.
진기는 태민의 등으로 두 손을 뻗었다. 진기의 두툼한 손이 태민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태민의 옷에 주름이 점점 깊고 진하고 어둡게 졌다. 진기의 손등에 솟은 핏줄이 푸르게 울었다.
진기와 태민이 사나워진 남자의 매질에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온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로의 살에 기대면 살아 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멍이 들고, 상처 가 난 서로의 살이 부딪힐 때 나는 그 음란한 소리는 그들에게 아픔을 잊게 했다. 짐승이 되었어. 짐승이야. 진기는 가끔 넋이 나간 것처럼 그렇게 말했고, 태민은 고갤 끄덕였다. 거친 호흡은 그들이 살아 있다는 신호였다. 그 신호를 그 남자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켰을 때, 그들은 울부짖지도 못했다. 조용히, 숨을 죽였다.
그리고 그가 죽었다.
비가 내렸다. 그는 살아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진기도, 태민도, 살아 있었다.
진기가 악을 질렀다. 태민은 고막이 찢어질 것 같았지만 귀를 막진 않았다. 진기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고, 그는 태민의 등에서도 팔을 거두었다. 그러나 태민은 진기를 놓지 않았다.
또 다른 매미가 울었다. 그 울음에 진기의 울음이 삼켜졌다.  _  Sunday - pm.6:08 - 140817
뭘 또 이런 걸 여기다가 대고…의식의 흐름 쩌네. 그래도 오랜만의 탬뉴.  :  YOUSO
140823. 트위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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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너무 싫어. 결국에 나를 이용하고 또 나를 버릴 거잖아. 힘들면 나에게 기댈 거면서 정작 내가 힘들면 고갤 돌릴 거잖아. 이게 무슨 연애야. 이런 거 필요 없어. 기껏 이야기 했건만 그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여전히 그의 눈동자는 서늘하다. 무슨 말 좀 해봐. 이진기. 형 빼먹었잖아. 와. 겨우 지금 한다는 소리가 그거야?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서. 어쩌자고. 결론이나 이야기해. 유난히 그의 목소리가 정갈했다. 우유가 생각났다. 에어컨 바람이 시원했다. 핸드폰이 네 시를 알렸다. 헤어져. 이말을 항상 연습했었다. 마음 속 이진기라는 서랍에 사직서마냥 담아뒀었다. 나는 이제 저 말을 하면 된다. 그러면 완벽하다. 자유. 나는 벗어날 수 있다. 나에게만 차가운 이진기의 온도를 느끼지 않아도 된다. 이진기 미소 하나에 잠가왔던 그 서랍을 폐기처분 할 수 있다. 낡고 상처투성이의 오래된 그서랍. 새벽공기를 타고 들려주었던 사랑노래를, 그 시작을 분리수거 할 수 있다. 헤어지지자는 그 한마디라면. 나는 손을 뻗어 그의 이마에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이어 그 손바닥을 나에게로 옮겼다. 그와 나의 온도는 같다. 태민아. 나와 헤어지고 싶어? 나는 그의 물음에 두눈을 크게 떴다. 그가 이런 질문을 한 건 처음이었다. 나는 분명 말했었어. 네가 나에게 좋다고했을때, 너와 같은 방식으론 널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그래도 좋다고 했던 건 너였어. 이태민. 열여섯 살의 내가 스쳐 지나간다. 사랑한다는 말 이외에는 어떤것도 들리지 않았고 이진기 이외에는 무엇도 보이지 않았던 시절. 좋아해. 사랑해. 나의 그말에 그는 맨처음엔 웃었고 두번째는 울었고 세번짼 말했다. 태민아, 이건 언젠가 너의 모든 걸 앗아갈거야. 이태민이라는 이름마저 무너뜨릴 거야. 나는 고갤 세차게 저었다. 괜찮아. 난 형이면 충분해. 이진기면 돼. 그렇게 말하며 나보다 컸던 그를 꽉 안았다. 떨리는 걸 들키고 싶지않아 손에 더 힘을 주었다. 그는 날 밀어내지 않았다. 그러나 이진기는 날 안아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벗어나지도 않았다. 그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나는 그 얼굴이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의 이진기는 가벼운 미소를 머금고 있다. 눈동자에 습기를 물고서, 입술에는 날카로운 칼날을 가지고서. 나는 그 칼날을 입술로 집어 삼켰다. 잘 갈아진 칼날이 또다시 내안을 난도질한다. 내서랍을 또 찔러댄다. 헤어지자는 말을 써놓은 사직서를 담고서 또 자물쇠를 꼭꼭 걸어잠근다. 칼은 그 자물쇠구멍을 찔러댄다. 내 혀끝은 이진기의 쓴 맛을 집어 삼킨다. 나는 또다시 유보한다. 말하지 않아. 이진기, 어쩌면 네가 원하는 그말을 내가 먼저 절대로 하지 않을 거야. 나는 눈을 감는다. 이진기의 눈꼬리 끝에 매달린 투명한 그것을 모른채하며. 어차피 그것은 떨어지지 않을 테니까.
 :  YOUSO
- YOUSO  : 서울에서의 세 번째 겨울이 갔고, 네 번째 여름이 왔다. 여름은 진득했다. 마치 벌레 같았다.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더위와 끈덕지게 달라붙는 습기는 도쿄와 서울이 다를바 없었다. 나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썼다. 눈을 꼭 감았다. 깊고, 깊게. 더 깊게. 더 깊게 감을 수 있다면…그러나 눈을 꼭 감아도 어차피 어두운 건 다르지 않았다. 난, 진짜로 널 싫어하는 건 아니야. 어색한 한국말이 귓가에 맴돈다. 매미소리처럼 나를 괴롭힌다.
가벼운 술잔에 투명한 소주를 채워주면서, 나는 그냥 대충 웃었던 것 같다. 술기운에 멍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말끔하게 생긴 얼굴이었다. 싫지 않다고 해놓고선 그 얼굴은 나를 보지 않았다. 그 얼굴은 모두를 향해 웃었다. 그러나 나를 보고는 조금 굳어졌다. 내가 일본인이라서? 그는 일본을 싫어한다. 그 이유는 충분히 이해간다. 그러나 일본은 싫어도 일본인은 싫지 않다고 했다. 나도 싫지 않다고 했다. 그 '싫지 않다'는 말이 내 안을 칼날처럼 갈라 놓았다. 나는 도마위에 놓인 생선처럼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해부당했다. 내 눈은 죽은 생선의 것처럼 길을 잃고 허공을 향한다. 그러나 그 눈에 담은 것은 칼을 들고 있는 그 남자다. 왜, 왜 그만 보이는 걸까. 자. 그가 어느 새 비워진 내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그러곤 또 끝이다. 다른 사람을 본다. 다른 사람에게 웃어 준다. 왜, 왜, 어째서.
날 싫어하진 않는다고 해. 그런데 날 봐주지 않아. 그렇게 이야기 했을 때, 용석인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더니 간단하잖아, 그냥 그 사람은 형을 싫지 않아하는 것 뿐이야. 그게 신경 쓰여? 형이? 용석은 내 머리카락을 한껏 흐트려놓았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갤 저었다. 뭐 어때. 모든 사람이 형을 좋아할 순 없는 거잖아.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할 순 있어도. 용석은 콧대를 높게 들고선 씩 웃었다. 그런데 의외네. 형이 그 정도로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고. 예뻐? 뭐? 예쁘냐고. 얼굴 예쁘냐고. 나는 일순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아랫배가 묵직해졌다. 숨이 턱 막혀 코 끝이 찡해졌다. 머리가 띵하고 어질어질했다.
웃는 얼굴이 떠오른다. 환하게 웃는 그 얼굴이, 나를 향하지 않은 얼굴이. 목 끝까지 차오른다. 왜, 나한테는 안 웃어 줘요? 그렇게 차마 웃지 못했다. '왜' 라는 질문을 하지 못한다. 나는 고갤 저었다. 안 예뻐. 용석은 그런데 왜 신경 쓰여? 라고 물었다. 누구야? 누군데 그래? 아무도 아니야. 뭐가 아무도 아니야. 너가 나 싫어하잖아. 에이, 내가 왜 형을 싫…어해…형…은 꼭 이…럴…때 보면…용석의 목소리가 뚝, 뚝 끊겨서 들린다. 귀에 투박하게 박힌다. 박히고 박히고 또 박힌다. 나 좀 누울게. 눕고 싶어. 누워야겠어. 나는 급하게 방으로 들어갔다. 더위가 나를 괴롭힌다. 에어컨이 필요했다. 그러나 에어컨은 고장난지 오래였다. 선풍기를 틀었다. 선풍기 바람은 임시방편일 뿐, 더운 건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불을 덮었고, 눈을 감고 있다. 땀이 흐른다. 그의 앞에선 얼어붙는데, 너무 환해서 춥고, 시린데, 이상하게 덥다. 그와 있을 땐 겨울이 온 것 같았다. 방송 컨셉이야. 둘이 붙는 게 은근 재미있더라고. 위안 씨, 그렇게 해줘요. 타쿠야도 괜찮지? 네. 괜찮아요. 작가 분과 이야기 하면서 나는 그냥 웃었다. 그도 그냥 웃었다. 불편해? 그가 물었다. 나는 고갤 저었다. 아뇨, 형 재미 있어요. 내가 그렇게 말하며 웃었을 때, 그가 잠깐 인상을 찌푸렸다. 나를 한참 무섭게 노려보는 듯 하더니 한숨을 쉬었다. 왜, 라는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목이 따가워서 말하지 못했다. 입안이 썼다. 나는 괜히 마른 입술을 손으로 뚝뚝 뜯었다. 입술에서 비릿한 맛이 났다. 그의 손이 빨랐다. 피난다. 그의 엄지가 내 입술을 닦았다. 나는 눈만 끔벅거렸다. 닦아. 숨이 빨라졌다. 왜. 나는 이유를 묻지 못했다. 이유는 이미 알고 있었다. 묵직한 아랫도리. 나는 그 자리를 도망치듯이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의 얼굴이, 그의 딱딱한 얼굴이, 나에게만 딱딱한 얼굴이 나를 누른다. 너, 웃지 않는 게 낫다. 네? 뭐요? 차라리 아무 한테도 웃지 마. 왜, 라는 질문을 하기도 전에 그가 자리에서 급하게 일어났다.
나 싫어해요? 나 좋아해요? 나 어때요? 왜 그래요? 왜 나는 웃지 말아야 되요? 왜, 나는…왜, 라는 질문, 수많은 호기심이 떠오른다. 답은 나와있다.
한국은 일본과 비슷하면서도 많이 달랐다. 그러나 비슷하기 때문에 괜찮았다. 나는 나쁘지 않았다. 외로운 적도 없었다. 가족이 보고 싶기도 했지만, 일단은 견딜만 했다. 힘들지만, 견딜만 했다. 그러니까 괜찮았다. 모든 것은 평화로웠고, 지난 세 번의 여름은 더웠지만, 여름이니까 더웠고 세 번의 겨울은 추웠지만, 겨울이니까 추운 것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여름은 지독히도 더웠다. 내가 그동안 느꼈던 그 어떤 여름보다도 지독했다. 나는 충분했으나, 이젠 부족함을 알았고, 행복했으나 불행함을 알았다.
나는 나에게 물어본다. 왜, 왜, 그 사람이 보여? 눈을 감아도 왜 그 사람이 보이는 걸까? 이유는 알고 있다. 답할 수 있다. 그러나 답을 하면 안 된다.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 덮어버리는 게 낫다. 나는 내 몸을 덮은 이불을 더 꽉 쥐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형! 선풍기 틀어놓고 이불 뒤집어 쓰는 건 뭐하는 짓이야? 용석이 큰 소리로 나를 부르며 이불을 훽 거뒀다. 나는 눈을 뜰 수 없었다. 형, 왜 그래? 어디 아파? 용석의 손이 내 이마 위로 올라왔다. 땀 찔찔 흘렀네. 형, 왜 그래. 왜. 나는 왜, 라는 질문에 답을 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인정 해야 한다. 나의 '왜'는 답이 나와 있는데, 그의 '왜'는 답이 나와 있지 않다. 형, 왜 울어. 뭐야. 왜 그래. 형? 나는 용석의 팔을 붙잡았다. 아파. 형. 괜찮아? 형 어디 아파? 열나나? 병원 갈까? 요즘 무리해서 그런가? 어휴, 형 이렇게 우는 거 처음 본다. 진짜 잘 우네.
나는 묻고 싶었다. 왜. 그에게 왜 그랬냐고. 술에 취해 엎드려있는 내 얼굴에, 가까이 왔던 그 숨결에게 묻고 싶었다. 왜, 그랬느냐고. 나는 눈을 뜰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술내 가득한 숨결이, 한 뼘 거리조차 되지 않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한참, 그렇게, 길게, 그의 숨결이 내 볼에, 그리고 내 입술에 닿았다는 것을 눈을 뜨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위안! 우리 집에 가자! 타쿠야 깨워! 어, 그래. 야, 일어나. 그가 날 흔들었고 나는 어색하게 눈을 떴다. 그가 앞서서 갔고 나는 그의 뒤를 비틀 대며 따랐다. 그는 뒤돌아 보지 않았다. 그의 등은 곧았다. 나는 점점 숙여졌다. 달팽이가 되어 평생을 집 안에서 숨어 지내다 굶어 말라비틀어 죽어도 이상치 않을 정도로.
아직 서울에서의 네 번째 겨울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 그 어떤 겨울보다도 추울 것이다. 그의 대답을 듣지 못하는 한. 하지만 나는 그의 대답을 듣지 못할 것이다. 나는 왜, 라고 묻지 않을 것이고, 그는 먼저 그 해답을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나는 숨을 것이고, 그는 감출 것이다.
어둡고, 또 어두울 것이다.  _  Friday - pm.10:26 - 1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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